전분의 구조 및 호화-노화-호정화

전분의 구조와 특성을 알아보고, 수분과 온도 조건에 따른 물리화학적 변화인 호화, 노화, 호정화에 대해 설명합니다.

 

전분-구조-호화-노화-호정화



전분의 구조와 특성

전분(Starch)은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생성한 포도당을 저장하는 형태로, 곡물, 서류, 두류 등 다양한 식물성 식품의 주요 성분입니다. 전분의 기본 구성 단위는 포도당이며, 이들이 중합되어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라는 두 가지 형태의 다당류(Polysaccharides)를 형성합니다.

아밀로스(Amylose)

전분-아밀로스-구조

아밀로스는 약 500-20,000개의 포도당 분자가 α-1,4 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연결된 직쇄형 고분자입니다. 이러한 선형 구조로 인해 분자들이 서로 밀접하게 배열될 수 있어, 견고한 겔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아밀로스의 함량은 전분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는 약 20~30% 정도를 차지합니다.

아밀로스의 검출

아밀로스는 나선형 구조를 형성하여 요오드와 반응 시 청남색을 나타내는 특징이 있습니다. 이는 전분의 검출에 활용되는 중요한 특성입니다.

아밀로펙틴(Amylopectin)

전분-아밀로펙틴-구조

아밀로펙틴은 α-1,4 글리코시드 결합의 직쇄에 α-1,6 결합으로 가지가 형성된 복잡한 구조를 가집니다. 평균적으로 20~25개의 포도당 단위마다 가지점이 존재하며,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전분의 점성과 탄성에 주된 영향을 미칩니다.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 비교

아밀로스-아밀로펙틴-비교

참고

전분뿐 아니라 글리코겐(Glycogen)도 아밀로펙틴 구조를 가진 다당류입니다.
이 두 다당류는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으며 구조 상 다량의 포도당을 포함할 수 있기 때문에식물(전분)과 동물(글리코겐)에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전분의 물리화학적 변화

생전분(β-전분)은 아밀로스와 아밀로펙틴이 규칙적으로 배열되어 미세결정(Micelle) 구조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구조적 특성으로 인해 전분 과립 사이에 물 분자가 쉽게 침투하지 못하며, 이로 인해 섭취 시 소화 효율이 낮습니다.

호화(Gelatinization)

호화는 전분이 물과 함께 가열될 때 발생하는 비가역적인 물리화학적 변화입니다. 생전분을 충분한 물과 함께 가열하여 60℃ 이상의 온도에 도달하면, 전분이 수분을 흡수하면서 미세결정 구조가 붕괴되고 팽윤(Swelling) 현상이 발생하여 부풀어 오르게 됩니다. 이러한 변화를 '호화(α화)'라고 합니다. 호화가 진행된 전분(α-전분)은 반투명하고 점성이 강한 상태로 변하며, 이 과정에서 아밀로스는 뜨거운 물에 고르게 분산된 졸(Sol) 상태를, 아밀로펙틴은 불용성의 젤(gel) 상태를 형성합니다.

충분한 수분과 함께 더 높은 온도 및 장시간 가열할수록 전분 입자는 점차 비가역적으로 붕괴되고, 용액은 점차 투명해지며 점도가 증가하다가 특정 시점 이후 급격히 감소합니다.

이 과정의 각 단계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수분 흡수 단계 (55-65℃)
  • 전분 입자가 물을 흡수하며 팽창
  • 결정 구조의 붕괴 시작
팽윤 단계 (65-75℃)
  • 아밀로스의 용출 시작
  • 점도 급격히 증가
완전 호화 단계 (75℃ 이상)
  • 결정 구조 완전 붕괴
  • 최대 점도 도달
호화가 진행된 전분은 입자 간의 결합이 약화되고 구조에 틈이 생겨 소화 효소 및 소화액이 내부로 쉽게 침투할 수 있게 됩니다. 그 결과, 전분의 소화(분해) 효율이 크게 향상됩니다. 이러한 특성 덕분에 호화 전분은 식품 가공 및 조리 과정에서 널리 활용되며, 소화율 개선뿐 아니라 식품의 질감, 점도, 안정성, 식감 등을 조절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호화의 영향 요인

  • 전분 입자 크기: 작은 입자일수록 호화가 빠르게 진행
  • 아밀로스/아밀로펙틴 비율: 아밀로스 함량이 높을수록 겔 강도 증가
  • pH: 산성 조건에서 호화 온도 상승
  • 당류/염분: 호화 온도 상승


노화(Retrogradation)

노화는 호화된 전분이 냉각 저장 중에 겪는 구조적 재배열 현상입니다. 호화된 전분을 냉각시키면 20~50℃의 범위에서 일부 전분 입자가 서서히 재결합하며 점차 응고되어 반결정 구조를 다시 형성하는 과정을 거치는데, 이를 '노화(β화)'라고 합니다. 노화는 0~5℃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며, 60℃ 이상의 온도에서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전분이 호화되어 무질서한 배열을 띠던 상태에서 노화가 진행되면, 아밀로스 분자가 상호 결합하여 결정 구조를 이루면서 일부 규칙성을 회복하게 됩니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이 크게 두 단계로 구분됩니다.

단기 노화 (수 시간 내)
  • 아밀로스 분자 간 재결정화
  • 겔 구조의 형성
장기 노화 (수일-수주)
  • 아밀로펙틴의 점진적 재결정화
  • 조직감 변화 심화
이렇게 재결정화된 노화 전분은 수분을 보유하는 능력이 감소하고 용해도가 낮아지며, 결과적으로 질감이 더 단단하고 거칠어집니다. 또한, 호화 상태에 비해 팽윤된 구조가 줄어들고, 보다 규칙적인 결합 형태로 돌아가면서 소화 효율도 저하됩니다. 이러한 전분의 노화 현상은 식품의 질감 변화, 저장 안정성 저하, 나아가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노화 억제 요인

  • 수분 함량 조절: 수분 함량 약 30~60%에서 노화 가속 → 그 외 범위에서는 급격히 감소
  • 항노화제: 말토덱스트린, 당알코올 등
  • 효소 처리: α-아밀라아제 등을 이용하여 중합체의 길이 감소, 미생물의 이용성 증가
  • 유화제 첨가: 유화제(Emulsifier)는 전분 용액 내의 교질 안정성을 높여 전분 분자 간의 결합을 방해하고, 결정 형성을 억제
  • 당류 첨가: 당류 첨가에 의한 삼투압 증가는 전분 입자의 탈수를 유발하여 노화 억제
  • 친수콜로이드(Hydrocolloids) 첨가: 각종 검류(Gum)나 젤라틴(Gelatin) 등의 점증제는 수분을 고정하여 전분의 재결정화를 방지
  • 냉동: 전분을 냉동 보관하면 노화가 억제됨


호정화(Dextrinization)

호정화는 전분이 고온의 건조 열이나 산, 효소 등에 의해 저분자화되는 과정입니다. 전분의 호정화는 전분을 구성하는 분자들의 결합이 끊어져 짧은 사슬의 덱스트린(Dextrin)을 생성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일반적으로 호정화는 수분 함량이 낮은 상태에서 140℃ 이상의 고온 건열 처리로 이루어지지만, 효소에 의해 전분이 작은 분자로 분해될 때도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변화가 발생합니다.

분자 절단 단계
  • α-1,4 및 α-1,6 결합의 무작위 절단
  • 덱스트린 생성
물성 변화
  • 수용성 증가
  • 점도 감소

덱스트린은 아밀로스와 마찬가지로 포도당 단위가 α-1,4-글리코시드 결합으로 연결된 직선형 중합체이지만, 결합 수가 훨씬 적어 상대적으로 짧은 사슬 구조를 가집니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호화가 단순히 물리적 변화만을 수반하는 것과 달리, 호정화는 화학적 분해가 수반되며, 그 결과 분자량이 감소하고 물에 대한 용해도가 증가하며 단맛이 강해지는 특징을 보입니다.

호정화 억제 요인

  • 온도 조절
  • 효소 억제제 처리

마무리

전분의 구조와 물리화학적 변화에 대한 이해는 인체 내 소화뿐 아니라 식품 가공 기술의 발전과 산업적 응용 확대에 핵심적인 역할을 합니다. 특히 호화, 노화, 호정화의 원리를 활용한 다양한 생화학적 응용 기술은 식품의 품질 향상, 물질 전달, 새로운 식품 소재 개발 등의 연구적 기반이 됩니다.


관련 포스트

포도당 당량(Dextrose equivalent, DE) 개념 완벽 정리


참고 자료

[1] David Seung (2020) Amylose in starch: towards an understanding of biosynthesis, structure and function. New Phytol. 228
[2] Magallanes-Cruzet al. (2017) Starch structure influences its digestibility: a review. J food sci. 82
[3] Les Copeland et al. (2009) Form and functionality of starch. Food Hydrocoll. 23
[4] Shujun Wang et al. (2015) Starch Retrogradation: A Comprehensive Review. Compr. Rev. Food Sci. Food Safety. 14

댓글 쓰기

다음 이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