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균과 같이 살아있는 미생물 개수를 측정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균을 배지에 접종하고 배양하여 생성된 집락을 계수하는 방식입니다. 생균수 분석 방법의 원리와 실험 과정, 그리고 분석 시 고려할 사항을 정리해봅니다.
미생물의 정량은 직접 균의 개수를 확인하는 직접 측정법(Direct measurements)과 간접 요인을 통해 추측하는 간접 측정법(Indirect measurements)으로 나눠집니다.
특히 직접 측정법은 식품, 약물, 토양, 물 등 다양한 시료에서 미생물의 존재 또는 오염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자주 사용되는 분석법입니다.
그중에서 살아있는 균의 개수만을 측정하는 직접 측정법인 생균수 분석(Viable count)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생균수 분석 관련 배경지식
살아있는 균(생균, viable cells)을 정량한다는 것의 의미
균이 살아있다는 것의 의미는 분열(division) 또는 증식하여 세포 양을 증가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미입니다. 시료 내에는 생균도 있겠지만 죽은 균(사균)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그중 살아있는 균만 정량하기 위해서는 배양을 통해 증식이 가능한 생균만 세야 할 것입니다. 배양을 통해 생균을 증식시켜 개수를 파악하는 방식의 분석을 ‘Viable count’라고 하며, ‘Plate count’ 또는 ‘Colony count’라고도 합니다.
생균수의 분석 단위: CFU (Colony forming unit, 집락 생성 단위)
생균수를 분석하기 위해 단단한 젤 형태의 한천 배지에서 배양하면 각 독립된 세포가 제자리에서 증식하여 균체 덩어리를 생성하게 되는데, 이것을 집락(Colony)이라고 합니다. 이때, 집락 하나에는 세포 하나만 존재하는 것은 아닙니다. 최초에는 하나의 세포였다 하더라도, 배양이 진행됨에 따라 각 세포는 증식을 통해 다수의 세포로 이루어진, 말 그대로 집락을 생성하는 것입니다. 하나의 미생물 세포는 매우 작기 때문에(특히 세균의 경우 보통 5 μm 이하) 육안으로 보일 리가 없겠죠. 하지만 일정 시간 이상 배양을 통해 증식하여 생성된 집락은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합니다. 따라서 각각의 세포가 집락을 생성한다고 가정했을 때 생성된 집락 개수를 확인하면 시료 내의 생균수를 측정할 수 있게 됩니다. 집락을 계수하는 것이기 때문에 생균수 분석 결과의 단위는 Colony forming unit (CFU)로 표기합니다.
생균수 정량법(Viable count)
생균수 분석을 할 때는 시료를 예상 생균수에 맞게 적절히 희석한 다음 배지에 접종하여 집락을 개수를 측정하는 평판법(Plate method)을 흔히 사용합니다.
시료 희석: 다단 희석(Serial dilution)
시료를 희석할 때는 일반적으로 10배씩 여러 번 희석하는 다단 희석법을 사용합니다. 백만(106)배 희석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번에 희석하기 위해서는 시료 1 mL을 넣어 총량을 1 kL (= ton)으로 맞춰야 하므로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수준입니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양의 희석액을 사용해야 하기 때문에 실험적으로 오차가 생기기 쉽습니다. 따라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선 시료 1 mL을 희석수 9 mL에 넣고 잘 혼합하여 또다시 1 mL을 취하여 새로운 희석수 9 mL에 넣는 방식으로 10배씩 반복하여 점진적으로 희석하는 것이 합리적입니다.
희석수(Diluent)
희석수(희석에 사용하는 용액)로서 주로 사용되는 용액은 증류수(DW), 생리식염수(Saline), 완충 용액(Buffer solution), 배양용 배지 등이 있으며, 희석수에 균체가 직접 노출되기 때문에 어떤 것을 사용하는지가 분석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잡균의 혼입에 의한 결과 혼동을 방지하기 위해 반드시 멸균해서 사용해야 합니다.
※ 식품 공전 및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수록된 유산균 정량에 사용되는 희석수 (DW 1 L 당)
– 생리식염수: NaCl 8.5 g
– 펩톤식염완충액: Peptone 10 g, NaCl 5 g, Na2HPO4 3.5 g, KH2PO4 1.5 g
희석액 접종(Inoculation)
평판법은 시료의 희석액을 한천 배지가 포함된 페트리 접시에 접종하여 집락을 계수하는 방법으로, 두 가지 방식이 대표적입니다.
1) 도말평판법(Spread plate method)
도말평판법은 배지를 페트리 접시에 미리 분주하여 굳혀 놓은 다음 희석액을 넣고 도말봉(Spreader)으로 도말하여(문질러) 배지 표면에 균을 고르게 퍼뜨리는 방식입니다. 집락이 배지 표면에 생성되기 때문에 배양 후 단일 집락(Single colony)의 분리나 현미경/균주 동정 등을 위한 채취에는 용이하지만, 플레이트를 하나씩 도말해야 하기 때문에 접종 시간이 많이 소모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2) 주입평판법(Pour plate method)
주입평판법은 배지를 굳지 않은 따뜻한 상태(40~50℃, 공전 기준으로는 43~45℃)로 유지하고 있다가 빈 페트리 접시에 희석액과 배지를 함께 부어 접종하는 방식입니다. 배지와 혼합된 희석액을 고르게 퍼뜨리기 위해 플레이트를 천천히 돌려가며 섞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말평판법과 같이 배지 표면의 희석액이 잘 흡수되고 증발하도록 문지르는 과정이 없이 잘 섞어주기만 하면 되므로 상대적으로 적은 시간이 걸리는 것이 장점입니다. 하지만 접종 시 배지를 그때그때 사용할 수 있게 굳지 않는 온도로 보관해 놓아야 하며, 집락이 배지 안에 생성되기 때문에 단일 집락을 채취하려 하면 불편할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평판법에 의해 생성된 집락은 아래 사진과 같은 플레이트 바닥면을 보며 하나씩 점을 찍어가면서 계수하게 됩니다. 최근에는 집락 개수를 자동으로 세주는 Colony counter라는 기기가 있습니다만, 아직까지는 계수 정확도가 조금 떨어지는 편입니다.
한천 배지(Agar medium)
한천(Agar)이라는 성분은 고온 처리를 하면 점성의 액체가 되었다가 다시 온도가 낮아지면 치즈 케이크나 단단한 두부처럼 굳어지는 물질이기 때문에 미생물 실험에서는 배지에 일정량 첨가하여 집락을 생성시키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촉촉한 상태의 고체 배지가 되기 때문에 미생물이 수분은 이용할 수 있으면서 고정된 형태로 생육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는 해당 균이 잘 자라는 액체 배지에 한천을 약 1.5% 첨가하여 사용합니다. Autoclave에서 고온 고압으로 멸균한 직후에 뜨거운 상태에서 꺼내 잘 흔들어주어 바닥에 가라앉은 한천을 균질화하고 따뜻한 상태(40℃ 이상)로 보관해야 합니다. 만약 실험을 위해 기준 온도 이하에서 노출되면 배지가 굳으면서 덩어리가 생기고, 이렇게 응고된 배지는 다시 끓는 온도까지 높이지 않는 이상 다시 원래대로 돌아가지 않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 식품 공전 및 건강기능식품 공전에 수록된 유산균 정량에 사용되는 한천 배지(DW 1 L 당)
– MRS agar: Enzyme digest of casein 10 g, Meat extract 10 g, Yeast extract 4 g, Glucose 20 g, Polysorbate 80(Tween 80), Triammonium citrate 2 g, Sodium acetate 5 g, Magnesium sulfate 7H2O 0.2 g, Manganese sulfate 4H2O 0.05 g, K2HPO4 2 g, Agar 15 g [DW에 용해 후 pH 5.7로 보정]
– BL agar: Beef extract 3 g, Liver extract 5 g, Yeast extract 5 g, Proteose peptone 10 g, Tryptone 5 g, Soy peptone 3 g, Soluble starch 0.5 g, Glucose 10 g, K2HPO4 1 g, KH2PO4 1 g, Magnesium sulfate 0.2g, Sodium chloride 0.01g, Manganese sulfate 0.00674 g, L-Cysteine‧HCl‧H2O 0.5 g, Ferrous sulfate 0.01 g, Polysorbate 80(Tween 80) [DW에 용해 후 pH 7.2로 보정]
다만, 이 배지들은 일반적으로 직접 제조하지 않고 상업용으로 판매하는 배지를 사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접종 후 집락 계수(Colony count) 및 생균수 계산

페트리 접시에 접종한 용액의 희석률이 높아질수록 생성되는 집락 개수는 점차 감소하게 됩니다. 위 그림에서는 105배 이내로 희석한 용액과 같이 집락이 너무 많아 개수를 세기 불가능한 희석 배율은 계수하지 않습니다. 일반적으로 직경 90 mm인 페트리 접시 기준으로 30~300개(식품 공전의 경우 15~300개) 사이의 집락이 생성된 희석 배율에서 계수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집락 수를 셌다면 아래와 같은 식으로 시료 내 생균수를 계산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위 그림에서는 161개가 계수된 106배가 유효한 희석 배율이 되며, 식에 따라 계산하면 1.61 × 108 CFU/mL가 됩니다.
다단 희석 및 평판법에 의한 분석 시 고려할 세부 사항
적절한 희석 배율의 중요성
평판법으로 분석할 때는 페트리 접시에 너무 많지도, 너무 적지도 않은 집락이 생성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집락 수가 너무 많은 경우:
둘 이상의 세포가 중첩된 상태로 증식한 집락이 생길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하나의 집락이 하나의 세포로부터 형성되었다는 가정을 하기엔 오차가 커집니다.
– 집락 수가 너무 적은 경우:
적은 오차가 최종 결과에 지나치게 큰 영향을 줍니다. 동일한 집락 수 차이에 의한 오차의 영향력은 집락 수가 많을수록 적어지기 때문에 일정 개수 이상의 집락을 형성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위와 같은 이유로 앞서 설명한 계산식(시료 내 생균수 = 접종한 용액의 희석 배율 × 생성된 집락 개수)을 바탕으로 일반적으로 유효한 집락 수인 30~300개의 집락 범위에 들어가도록 희석 배율을 역으로 추산해야 합니다. 예상 생균수와 접종할 희석액 양에 따른 희석 배율 추산 예시는 아래와 같습니다.
이처럼 다단 희석을 통해 접종할 희석액을 제조할 때 최초 시료 내의 대략적인 생균수를 기준으로 접종할 희석 배율을 미리 정한 다음 분석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때, 예상하는 생균수가 정확하지 않을 것을 대비해 예상 희석 배율 근처의 1~2개를 추가로 분석하면 예상보다 많거나 적은 생균수라 하더라도 유효한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ex. 유효 희석 배율이 108로 예상된다면 107, 108, 109 모두 분석). 반대로, 만약 시료 내의 생균수를 전혀 알지 못한다면 분석할 희석 배율을 더욱 늘려서 확인해 보아야 합니다.
Duplicate (2배수) 또는 Triplicate (3배수) 접종
평판법에 의한 생균수 분석은 기기로 분석하지 않고 사람이 직접 수행하기 때문에 숙련되지 못할수록 큰 오차가 발생하기 쉽습니다. 특히 가장 큰 오차가 발생하는 부분은 i) 다단 희석 과정에서의 균질화(주로 Vortexing이라 함)와 ii) 1 mL씩 용액을 채취하여 옮기는 피펫팅(Pipetting)입니다. 그중 피펫팅은 주로 마이크로피펫(Micropipette)을 이용하여 수행되는데, 균질화를 아무리 잘해서 채취하더라도 따라 매번 균 수에 차이가 생기기 마련입니다. 그래서 페트리 접시 두 개 또는 세 개에 반복 접종한 다음 집락 계수 결과의 평균치로 계산하게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희석배율 당 3배수로 접종하는 편입니다.
반드시 [시료 1 mL + 희석수 9 mL]의 부피 비율로만 희석해야 할까?
다단 희석을 10배씩 한다면 주로 1 mL : 9 mL 비율로 희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그 비율만 1 : 9로 맞춘다면 그 총량은 개인이 임의대로 설정할 수 있습니다. 가령, 총 5 mL (0.5 mL : 4.5 mL) 또는 총 1 mL (0.1 mL : 0.9 mL)을 사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저의 개인적인 경험상으로는 피펫팅으로 채취하는 양이 적어질수록 오차율이 증가했습니다. 그 이유는 적은 양일수록 작은 차이에 의해 오차가 커지기 때문일 것입니다. 따라서 저는 희석수를 적어도 총 5 mL 이상으로 사용하기를 추천합니다.
참고문헌
[1] Madigan et al. (2021)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ms 16th edition. Pearson Education Limited[2] 건강기능식품 공전(식품의약품안전처 고시 제2023-14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