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원당과 비환원당 개념 이해하기(feat. 헤미아세탈)

바이오나 식품 분야의 연구를 하다 보면 환원당과 비환원당의 특성을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 종종 발생합니다. 이번 포스팅에서는 전공을 갓 선택한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원당의 개념과 특성에 관해 설명하겠습니다.


환원당-비환원당-개념


 

헤미아세탈(Hemiacetal) & 헤미케탈(Hemiketal)

환원당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헤미아세탈과 헤미케탈이라는 구조를 이해해야 합니다. 헤미아세탈이란 알데하이드(R-CHO)이 알코올(R-OH)과 반응하여 아세탈(Acetal)을 형성할 때의 중간물질로, 화학식은 보통 R1R2C(OH)OR입니다. 저와 같은 바이오 전공자들은 대부분 이런 화학식이나 구조와 친하지 않아 이해하고 싶지 않을(?) 수 있는데요. 그래도 최대한 간단히 그림을 보고 이해해보겠습니다.

헤미아세탈

위와 같이 알데하이드가 알코올과 반응하여 헤미아세탈 구조를 생성할 수 있습니다. 알데하이드가 가지고 있던 C와 O의 2중 결합(C=O)을 알코올 작용기가 나누어 가진 것으로 이해하시면 되겠습니다.

알데하이드와 마찬가지로 C=O 구조를 가진 케톤 역시 알코올과 반응하여 케탈(Ketal)이라는 물질을 형성할 때의 중간물질로 헤미케탈이라는 물질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헤미케탈

이러한 헤미아세탈 또는 헤미케탈 구조는 각종 당류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당에서 이 구조를 형성하게 하는 탄소를 Anomeric carbon이라고 하며, 헤미아세탈 또는 헤미케탈 구조는 물질이 환원성을 갖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헤미아세탈과 헤미케탈이 아세탈과 케탈의 중간반응물이라고 했는데, 그러면 아세탈과 케탈은 어떻게 생겼을까요? 두 물질이 생성되는 전체 반응식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세탈-반응식

케탈-반응식

결국 C=O 구조를 가진 물질(알데하이드, 케톤)의 중심 탄소에서 산소를 포함한 작용기의 개수를 하나 추가되어 헤미아세탈과 헤미케탈이 되고, 하나 더 추가되면서 아세탈과 케탈이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아세탈과 케탈 역시 당 구조에 포함될 수 있는데, 이 경우 환원성은 갖지 못합니다. 구조상의 차이를 생각해 보면 중심 탄소에 -OH가 붙었는지(헤미아세탈과 헤미케탈) 아니면 -OR이 붙었는지(아세탈과 케탈)에 따라 환원성 여부가 달라지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환원당과 비환원당

앞서 설명한 대로 헤미아세탈 또는 헤미케탈 구조를 가진 당은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는 환원제의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당을 환원당이라고 하며, 이러한 환원력을 갖지 못한 당을 비환원당이라고 합니다.

환원당(Reducing sugar)

주로 사용하는 단당류와 이당류 중 환원당과 비환원당의 대표적인 예는 아래와 같습니다.
– 환원당: 포도당(Glucose), 과당(Fructose), 갈락토스(Galactose), 엿당(Maltose), 젖당(Lactose) 등
– 비환원당: 설탕(Sucrose), 트레할로스(Trehalose) 등
저를 포함해서 많은 전공자가 생화학 공부를 할 때 설탕과 트레할로스는 비환원당이라고 무작정 외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들이 어째서 비환원당이 되었는지 한 번쯤 이해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포도당의 구조는 아래와 같습니다.

환원당-포도당-구조

포도당의 1번 탄소의 팔 네 개에 결합된 것은 -R, -OR, -H, -OH인 걸 알 수 있습니다. 앞서 설명한 헤미아세탈 구조이며, 특정 조건에서 헤미아세탈은 알데하이드가 되면서 고리형 사슬이 열릴 수 있습니다. 헤미아세탈이 알데하이드로부터 생성되었던 것의 역반응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이렇게 고리가 열리면서 생성된 알데하이드가 가진 C=O 결합이 산화되어 카복실산(Carboxylic acid, -COOH)을 형성하며 이 과정에서 다른 물질을 환원시키게 됩니다. 그러므로 헤미아세탈 구조를 가진 당은 환원당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와 마찬가지 원리로 헤미케탈 구조를 가진 당류도 환원당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환원당(Non-reducing sugar)

사실 모든 단당류 헤미아세탈 또는 헤미케탈 구조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환원당입니다. 그렇다면 비환원당이 되기 위해서는 헤미아세탈이나 헤미케탈 구조가 사라져야 하며, 이런 현상은 당끼리 결합하여 이당류 이상의 복합당을 형성할 때 주로 생겨납니다.

포도당이 두 개 결합하어 생기는 이당류는 대표적으로 두 가지가 있습니다. 바로 말토스트레할로스입니다. 그런데 똑같이 포도당 두 개가 결합하였다 하더라도 말토스는 여전히 환원당이지만 트레할로스는 비환원당이 됩니다. 왜 그런지 구조를 보며 설명하겠습니다.

환원당-말토스-구조

말토스는 포도당 분자 두 개가 α-1,4 glycosidic bond로 연결되어 생성됩니다. 왼쪽 포도당의 경우 헤미아세탈 구조였던 1번 탄소의 -OH 잔기에 다른 당이 연결되어 -OR 구조로 바뀌면서 아세탈 구조가 되었습니다. 따라서 왼쪽 포도당은 환원성을 잃어버렸죠. 하지만 오른쪽 포도당 분자의 1번 탄소는 그대로 헤미아세탈 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에 환원성을 여전히 보유하게 됩니다. 따라서 말토스는 헤미아세탈 구조를 하나 가진 환원당이 되는 것입니다.

비환원당-트레할로스-구조

그런데 트레할로스는 말토스와 달리 포도당 두 분자가 α-1,1 glycosidic bond로 연결됩니다. 이 경우 헤미아세탈이었던 두 포도당의 1번 탄소 부분이 함께 결합에 관여하여 둘 다 아세탈 구조가 되므로 더 이상 헤미아세탈 구조는 남지 않습니다. 따라서 트레할로스는 비환원당입니다.

이처럼 당끼리 결합하면서 원래 갖고 있던 헤미아세탈 또는 헤미케탈 부분이 사라지게 되면 비환원당이 됩니다. 비환원당에는 설탕이나 트레할로스 외에도 라피노스(Raffinose), 스타키오스(Starchyose) 등이 있습니다. 당이 여러 개 중합되어 형성된 덱스트린이나 전분, 셀룰로스, 글리코겐 등의 다당류(Polysaccharides)의 경우에는 말단에 환원 부위(Reducing end)를 소수 갖고 있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수많은 결합에 의해 형성된 비환원 부위가 높은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비환원당으로 간주합니다.


환원당의 검출

정성적(Qualitative) 검출

  • 구리 이온(Cu2+) 이용
    베네딕트 시약(Benetict’s reagent)이나 펠링 용액(Fehling’s solution)에 포함된 구리 이온은 환원당에 의해 환원되어 붉은색 산화구리(CuO)를 생성합니다.
  • 은 이온(Ag+) 이용
    톨렌 시약(Tollen’s reagent)의 은은 알데하이드에 의해 석출되어 담기 용기의 유리면을 거울처럼 만듭니다. 일명 은거울 반응(Silver mirror reaction).

정량적(Quantitative) 검출

  • DNS assay
    노란색의 3,5-Dinitrosalicylic acid (DNS)가 환원당과 반응하면 적색의 3-amino-5-nitrosalicylic acid를 생성하므로 분광 광도계를 통해 발색 정도를 측정하면 환원당의 정량이 가능합니다.
    ※ 비환원당의 경우 염산 처리를 통해 가수분해하면 DNS assay로 정량이 가능함

 

관련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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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도당 당량(Dextrose equivalent, DE) 개념 완벽 정리

 

참고 자료

[1] Nelson, David L. & Cox, Michael M. (2008) Lehnniger: Principles of Biochemistry (Fifth ed.). W.H. Freeman and Company
[2] YouTube: Aasoka, Reducing and Non Reducing Sug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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