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분야에서 루틴하게 사용되는 미생물의 생균수 분석법 중 평판법(Plate counting method)은 일반적으로 사람이 직접 수행하고 배양 기반의 분석법이기 때문에 다양한 오차가 생겨날 수 있습니다. 실제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생균수 분석법의 각종 오차 사유에 대해 고찰해보겠습니다.
먼저, 생균수 분석의 기본적인 개념과 실험 방법은 이전 포스팅을 참조하시기
바랍니다.
미생물 전공자들의 바이블과 같은 전공 서적인 <Brock Biology of
Microorganisms>에서는 평판법에 의한 생균수 분석의 오차 요인(Sources of
Error in Plate Counting)을 고찰하였습니다.
그 문헌상의 고찰 내용을 하나씩
정리하며 부연 설명을 달아보겠습니다.
이 내용 외에도 다양한 요소가 분석 결과에
영향을 주는데, 실험 경험을 통해 알게 된 개인적인 추가 고찰을 해보겠습니다.
오차의 진단
생균수 분석의 결과를 확인하고 오차 사유를 고민하려면 그 오차가 일단
발생했는지를 진단할 줄 알아야 합니다.
오차의 발생을 유추할 수 있는 방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예상한 시료 내 결과와 지나치게 차이가 날 때
말 그대로 대략 알고 있는 시료의 생균수와 분석 결과 간에 지나치게 큰 차이가 난
경우입니다.
분석한 결과가 맞을 수도 있겠지만, 작업자의 숙련도가 부족하다면
재분석을 실시할 필요가 있습니다.
희석 배율 간 비율이 맞지 않을 때
일반적으로 30~300개의 집락 수를 벗어나면 신뢰하지 않는다고 했기 때문에 희석
배율 간 10배씩 정확하게 차이가 나진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더 많이
희석한 결과가 덜 희석한 결과와 비슷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생균수를 보였다면
다단 희석에 문제가 생겼을 가능성이 큽니다.
Triplicate로 분석한 동일 희석 배율의 플레이트 간 편차가 너무 클 때
동일한 희석 용액을 접종했는데도 불구하고 편차가 지나치게 크게 발생했다면 일부 균이 사멸했거나 제대로 섞이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험자 간 편차
동일 시료를 서로 다른 실험자가 분석했는데 서로 다른 결과가 나온 경우에는 적어도 한 명 이상 오차가 발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문헌상의 오차 사유
접종량(Inoculum size)
얼마나 많은 양의 균이 접종되었는지는 집락이 생성되고 크기를 키워나가는 데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예를 들어, 유산균과 같이 대사물로서 산을 생성하는 경우 그 산에 의해 자신과 주변에 분포된 균의 증식 속도를 저해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많은 양의 균이 접종될수록 근접한 균에 의해 생성된 폐기성 대사물의 영향을 받을 수 있으므로 집락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작아지게 됩니다.
실제로 분석해보면 동일한 시간 동안 배양한 경우 희석 배율이 높은(접종 균 수가 적은) 플레이트에서 더 큰 집락을 생성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배양 배지(Culture medium)
해당 균주의 영양 요구성을 반영한 적절한 배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집락을 생성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배지라면 분석에 적합하지 않습니다.
배양 시간(Length of incubation)
플레이트에 접종된 균들은 모두 똑같은 시간에 집락을 생성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각 균체가 생리적/대사적으로 모두 같은 상태가 아닐 수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따라서 너무 짧은 시간 동안 배양할 경우 일부의 집락만 생성되고, 나머지는 아직 생성 중이라 육안으로 확인이 안 되어 계수가 누락되면서 결과가 저평가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생육이 가능한(viable) 모든 집락이 생성될 수 있는 충분한 배양 시간 설정이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 경험한 오차 사유
참고 서적에서는 아주 대표적인 오차 발생 요인만 언급했는데, 실제로 수많은
분석을 경험해보니 저 정도의 고찰은 수박 겉핥기 수준에 불과합니다.
분석 결과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실험상의 요인을 생각나는 대로 모두 정리해보겠습니다.
희석 배율에 문제가 생기는 경우
여기에서는 시료 1 mL을 희석수 9 mL에 다단 희석하는 것을 기준으로 설명하겠습니다.
마이크로피펫의 교정
전혀 예상치 못한 첫 항목일 겁니다.실제로 마이크로피펫이 제대로 교정되어 있지 않으면 희석하는 비율에 직접적으로 타격을 주게 되고, 잘못 희석된 결과를 그대로 믿게 되는 참사가 발생합니다.
따라서 분석 전에 마이크로피펫을 밀도가 1 g/mL인 물을 1 mL 채취하여 저울에 무게를 달아 1 g이 맞는지 확인해보는 등의 확인이 필요합니다.
만약 기다란 피펫을 이용한다면 채취 시에 정확한 눈금 확인이 필요할 것이고, 가능하면 피펫의 용량이 작은 것을 사용할수록 눈금 간격이 넓어 채취량의 세밀한 조절이 가능할 것입니다.
희석수의 정확한 분주
마이크로피펫이 정확한 1 mL을 채취하기 위함이었다면, 희석수를 정확하게 9 mL씩 분주하여 준비하는 것도 중요합니다.9 mL을 채취하는 방법을 정량을 분주해 주는 Dispensor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수동으로 진행한다면 정확한 눈금 확인을 통해 오차를 줄여야 할 것입니다.
이 역시 피펫의 용량을 분주량에 맞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가령, 9 mL을 분주하는데 50 mL짜리 피펫을 사용한다면 눈금 간격이 매우 좁아 육안상의 작은 차이가 큰 희석률 차이를 일으킬 수 있을 것입니다.
희석수를 담는 용기
희석수를 준비할 때는 윗부분에 공기층(Air pocket)이 충분히 있는 것이 중요합니다.그 이유는 시료를 담아 균질화를 할 때는 일반적으로 Vortex mixer를 사용하여 혼합할 텐데, 공기층이 너무 적으면 희석 용액의 소용돌이가 잘 일어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해보면 공기층이 적어도 손으로 잘 흔들어서 섞어주자마자 Vortex mixer에 대는 식의 방법으로도 해결이 가능하지만, 일정한 수준으로 반복 희석하기 위해서는 손으로 흔드는 식의 주관적 개입을 최대한 배제하는 게 좋겠죠.
다단 희석 시 균질화의 수준
균질화(Homogeneity)란 용매 내에서 용질이 얼마나 균일하게 분포해있는지를 나타내는 특성입니다.따라서 물질을 채취하거나 희석할 때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미생물 시료를 희석수에 넣었을 때 균질화의 수준은 위 그림을 보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균체는 희석수에 용해되지 않기 때문에 중력에 의해 가라앉을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희석 용액을 잘 섞어서 1 mL을 어느 부분에서 채취하더라도 일정한 균체 수가 포함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앞에서도 언급한 Vortex mixer는 일정량의 진동을 주어 내용물을 균질하게 할 수
있는 기본적인 실험 기기입니다.
희석 시에는 주로 이 기기를 사용하지만 만약 해당
기기가 없을 경우 손으로 Inverting (손으로 뒤집으며 섞어주는 행위)를 사용하여
균질화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다단 희석은 일정 비율로 반복해서 희석해야 하고,
이때 모든 과정은 일관된 방식으로 진행해야 합니다.
따라서 가능하면 기기를
활용한 일관된 프로세스를 유지하기를 추천합니다.
다단 희석 과정에서 오차를
일으킬 수 있는 세부적인 요소들을 나열해보겠습니다.
–
최초 시료의 균질화
배양액 등의 액상 분석 시료 역시 제대로
균질화해서 채취해야 합니다.
만약 액체 시료가 아니라 분말 등의 고형 제제라면
채취 부분에 따른 오차가 없도록 잘 혼합하고 정확한 양을 칭량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 Mixing 시간
시료를 희석수에 넣고 Vortex
mixer나 Inverting을 활용하여 균질화할 때 너무 짧은 시간 동안만 섞어주면 균질화
수준이 낮아 채취되는 균체량이 너무 적거나 많아질 수 있습니다.
분명히 용액을
흔들었음에도 균질화가 되지 않을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습니다.
균체가 무거운 편인 균주의 경우 가벼운 균주보다 더 많은 Mixing 시간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또한, 균체 간 또는 균체와 용기 간 부착하는 성질이 있을 경우 이것을
충분히 떨어뜨리기까지 더 높은 전단응력(Shear stress)이 필요하므로 더 오랜 시간
Mixing 해야 할 수 있습니다.
– Mixing 후 1 mL 채취까지 걸리는 시간
희석을 위해 Mixing 후 1 mL을 채취할
때까지 너무 오랜 시간을 방치하면 금방 가라앉는 균주일 경우 균질화 정도가
떨어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 개인적으로는 희석 후 채취할 때 Mixing 후 3초
이내(늦어도 5초 이내)에 채취하는 편입니다.
–
희석 용액의 접종 시 채취 방법
원하는 비율로 희석한 용액을 페트리
접시에 분주할 때 저는 일반적으로 triplicate로 실험합니다.
즉, 한 가지 희석
용액을 3회 채취해서 각각의 플레이트에 넣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때, ‘Mixing 후
채취’ 과정을 총 3회 반복해야 할지 아니면 Mixing은 한 번만 하고 신속하게 3회
채취해야 할지에 대해 한때 고민을 많이 했었습니다.
이후 수많은 분석 경험을 통해
10초 정도 이내에 빠르게 세 번 채취한다면 Mixing은 한 번만 해도 된다는 결론을
냈습니다.
이는 균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 참고만 하시기 바라며,
애매하다면 확실하게 전자의 방법을 택하면 됩니다.
균이 사멸하거나 증식하지 못하는 경우
적절한 희석수의 선택
희석수를 단순히 시료를 희석하기 위한 용매의 역할에만 집중한다면 큰 오차가 발생하기 쉽습니다.실제 분석해보면 균주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증류수나 생리식염수와 같이 영양이 전혀 없는 희석수에서는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되면 사멸하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필요에 따라서는 식품 공전이나 건강기능식품 공전에서 제시하는 펩톤식염완충액이나 배양 배지와 영양이 포함된 배지를 선정하는 것도 사멸을 늦출 수 있는 방법입니다.
다만, 질소원 등의 영양소가 포함된 희석수는 Mixing 하면 거품이 생기기 때문에 희석 용액 부분이 잘 섞이는지 면밀히 확인해야 합니다.
희석에 걸리는 시간
바로 앞부분에서 다뤘듯이 생균은 희석수에 일정 시간 이상 노출되면 사멸하기 시작합니다.일반적으로 산업용으로 많이 사용되는 유산균(Lactobacilli 등)은 평균적으로 15분 이상 지체하면 사멸하는 경우가 잦았습니다.
따라서 균질화를 잘하면서도 신속하게 희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도말봉의 온도(도말평판법)
도말평판법의 경우 한천 배지를 이미 페트리 접시에 굳혀 놓은 상태에서 도말봉(Spreader)으로 희석 용액을 문질러 표면에 퍼뜨리게 됩니다.만약 도말봉이 일회용이라면 해당 사항이 없지만, 유리나 금속으로 된 도말봉이라면 플레이트 하나 도말하고 나서 알코올램프에 화염 멸균한 다음 플레이트 도말하는 식으로 접종할 것입니다.
이때 멸균을 위해 뜨겁게 달궈진 도말봉을 충분히 식히지 않고 도말하면 균이 사멸할 수 있기 때문에 주의해야 합니다.
배지의 온도(주입평판법)
주입평판법의 경우 균과 섞이게 되는 한천 배지의 온도에 따라 균이 일부 사멸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보통 50℃까지는 버티지만, 일부 그렇지 못한 균주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45℃ 이하로 유지할 것을 추천합니다.
40℃ 미만의 온도에서 보관할 경우 덩어리가 생기거나 굳을 수 있기 때문에 워터 배스 등을 활용하여 적정 온도로 유지해야 합니다.
오염(Contamination)이 발생하는 경우
기기 및 시약의 멸균
미생물은 어디에나 존재합니다.따라서 희석수와 배지뿐 아니라 균이 닿을 수 있는 모든 실험 기구는 멸균해야 합니다.
희석수가 담기는 용기, 배지와 균이 담기는 페트리 접시, 희석수를 분주하는 피펫, 다단 희석에 이용되는 마이크로피펫 팁, 도말봉 등을 모두 Autoclave 등의 방법을 통해 멸균해야 합니다.
만약 멸균 포장되어 판매되는 일회용을 사용할 경우 무균적으로 클린 벤치에서 작업하는 것만 유의하면 되겠습니다.
희석 용기의 뚜껑
다단 희석을 수행할 때 편의상 한 손으로 용기 뚜껑을 여는 경우가 많을 텐데요.이때 뚜껑을 여는 과정에서 뚜껑 안쪽이나 개봉된 용기 입구를 건드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합니다.
특히 새 희석수에 넣기 위해 뚜껑을 여는 경우, 시료를 넣고 다시 닫고서 다음 희석을 진행해야 하므로 더더욱 조심해야 합니다.
만약 중간에 오염이 의심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 가능하면 처음부터 다시 희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희석 용기와 마이크로피펫 팁의 조화
위 그림과 같이 마이크로피펫 팁이 희석 용기에 얼마큼 들어가는지도 중요할 수 있습니다.팁은 멸균이 되어 있지만 일반적으로 마이크로피펫은 멸균 상태가 아닌 경우가 많기 때문에 희석 용기 안쪽까지 마이크로피펫 본체가 들어가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묻어있던 잡균이 낙하할 수도 있고, 희석 용기 벽면에 닿는 경우도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팁을 충분히 긴 제품을 사용하거나 희석 용기 키가 작은 것을 사용하는 등의 방식으로 마이크로피펫에 의한 오염 가능성을 소거할 수 있습니다.
마무리
이렇게 실험 과정 하나하나가 모두 오차의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결과를 도출하고
나서 오차의 원인을 추적할 때 중요한 고찰 요소들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요소들을 모두 일정한 수준으로 수행할 정도로 숙련된다면 아주 정교한 수준의
생균수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