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매스컴에 ~바이오틱스(~biotics)라는 용어가 자주 등장합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각종 매스컴에서 포장된 광고를 보고 막연히 좋아 보이는 경우가 많은데요. 이번 포스팅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시장에 등장하고 있는 각종 ~바이오틱스가 무엇인지 얘기해보려 합니다.
프로바이오틱스(Probiotics): 살아있는 유익균
‘프로바이오틱스’의 정확한 개념을 모르시는 분들이 생각보다 많습니다.
일반적으로
“그냥 유산균 아닌가요?”라고 하시는 경우가 많으실 텐데, 유산균은
프로바이오틱스의 일부 미생물군일 뿐입니다.
프로바이오틱스의 정확한 의미는 i)섭취했을 때 도움이 되는 ii)살아있는 iii)미생물(균)을 말합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우리는 프로바이오틱스를 꾸준히 섭취하고
있습니다.
김치를 비롯한 여러 가지 반찬이나 발효식품에는 대부분 미생물이
살아있는 상태로 존재합니다.
즉, 프로바이오틱스를 반드시 건강기능식품에서만
섭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어떤 식품을 섭취하느냐에 따라 어떤 균을
섭취하게 되는지가 결정되고, 그 결과로 장내 균총이 어떤 방향으로 바뀔지
결정됩니다.
미생물이 우리 인체에서 어떻게 존재하고 공생하는 지는 이전
포스팅을 링크해드릴 테니 필요하신 분들은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결국 이 글에서 각종 ‘~바이오틱스’의 종류를 설명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기준 중의
하나는 ‘균이 살아있는 상태인가?’입니다.
일단 지금 이 부분에서는
<프로바이오틱스 = 생균 (살아있는 균)>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담아두시기를
바랍니다.
프리바이오틱스(Prebiotics): 유익균의 먹이
‘프리바이오틱스’는 미생물은 아니고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성분입니다.
정확하게는
숙주(인간)는 소화시키지 못하면서 프로바이오틱스가 이용할 수 있는 먹이를 얘기합니다.
대표적인 프리바이오틱스인
프락토올리고당(Fructo-oligosaccharide)과 같은 몇몇 다당류는 사람이 소화하지
못하지만 유익균으로 많이 알려져 있는
비피도박테리움(Bifidobacterium)이 이용할 수 있는 성분입니다.
이런
개념이 등장한 이유는, 결국 공생체인 유익균과 숙주인 인간이 섭취한 영양을 두고
서로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만약 섭취된 영양을 사람이 모두 소화시켜 흡수해 버리면 대장에서 주로 증식하는 것으로 알려진 비피도박테리움 등의 유익균은 증식하지 못하여 좋은 영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인간이 반려동물에게
먹이를 제공하듯이
장내 균총에게도 먹이를 제공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프리바이오틱스 성분 중에서도 식약처에
의해 고시되어 있는 성분들이 있습니다.
난소화성말토덱스트린이나 프락토올리고당
등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신바이오틱스(Synbiotics): 프로바이오틱스 + 프리바이오틱스
‘신바이오틱스’는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를 합친 개념입니다.
살아있는 유익한 미생물과 그 먹이를 함께 섭취하는 개념으로 고안된 제품을 얘기합니다.
비피도박테리움과 프락토올리고당을 함께
포함하는 제품이 대표적입니다.
다만, ‘신바이오틱스에 포함된 프리바이오틱스가
반드시 함께 섞여 있는 프로바이오틱스 균이 이용할 수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프로바이오틱스 균은 별개로 유익한 작용을 하되
프리바이오틱스는 장내에 존재하는 다른 유익균의 증식을 도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일반 발효식품 중에 그 대표적인 예가 김치입니다.
김치를 제조할 때 그 안에
존재하는 균이 채소의 식이섬유(Dietary fiber)를 이용하도록 의도하진 않았다
하더라도 그 식이섬유는 사람이 섭취했을 때 체내에서 다른 유익균의 먹이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파라바이오틱스(Parabiotics): 죽은 유익균
파라바이오틱스는 쉽게 말해서
‘죽은 유익균’을 얘기합니다.
정확하게
프로바이오틱스 개념에서 ‘살아 있다’는 개념만 ‘죽어 있다’로 뒤집으면 됩니다.
고스트 프로바이오틱스(Ghost probiotics)
또는
비활성 프로바이오틱스(Inactivated probiotics)라고 표현하기도 하며, 균을 사멸시키는 방법에 따라
열처리 프로바이오틱스(Heat-treated probiotics)나
틴달화 프로바이오틱스(Tyndallized probiotics)라고 표현하기도 합니다.
균을 배양하여 균체(Cell body, 말 그대로 균 몸통)만
수거하여 사멸시킨 형태로 제조합니다.
여기에서 ‘과연 사균(죽은 균)이 유익하게 작용할 수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텐데요.
정답은 YES입니다.
우리의 미생물이 장내에서 유익한 작용을 하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중에는 균체가 장벽에 신호를 주거나 유해균이 정착하지 못하게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등의 작용 기전이 있습니다.
이러한 역할은 균이 꼭 살아있지
않아도 가능하므로 충분히 유익한 작용을 할 수 있습니다.
균이 죽어있기 때문에 생기는 장점
그렇다면 균이 죽어 있다는 것의 장점은 무엇일까요?
여러 장점이 존재하지만 그중
대표적으로 두 가지만 적어보겠습니다.
1) 안전성(Safety)
그동안
유산균으로 흔히 알고 있는 락토바실러스 생균 섭취에 의한 패혈증 사례가 논문을
통해 꾸준히 보고되어 왔습니다.
락토바실러스는 기본적으로 유익균으로
분류되지만, 해당 논문들의 임상 연구자들은 면역력이 떨어져 있거나 기저 질환을
가지고 있는 경우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균이 죽어 있다면 당연하게도 그런 패혈증의 위험이 매우 감소합니다.
사균이라고 해서 무조건 염증 반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균이
증식하여 개체 수가 늘어나거나 대사물을 생성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훨씬 적습니다.
2) 안정성(Stability)
프로바이오틱스 제품을 제조하는
회사들이 가장 크게 고민하는 것 중 하나는 바로 안정성입니다.
제품 유통 간 균이
제대로 살아있는가, 그리고 섭취하여 장내에 도달할 때까지 얼마나 안정적으로 살아
있는가가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균을 건조된 상태로 살아있게 만드는 것은 매우 높은
기술력을 요구하는데, 이에 관해서는 나중에 심도있게 다뤄보도록 하겠습니다.)
제품으로 개발된 프로바이오틱스들은 저마다 정도는 다르지만 유통기한 동안 계속
사멸해 갑니다. 따라서 실제로는 제품에 표기된 균 개수를 보장하기 위해 표기된
것보다 더 많은 균을 투입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대목은
‘우리가 제품에 표기된 것보다 훨씬 많은 균을 섭취하게 된다’는 것인데, 이것이
앞에서 언급한 안전성(safety)에 어떤 영향을 줄지는 임상 결과가 없다면 모르는
일입니다.
하지만 사균이라면 이러한 고민을 할 필요가 없습니다.
너무 당연한
소리지만
살아 있지 않기 때문에 죽을 수도 없으므로 적정량 그대로 투입하면 안정성이
유지되므로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큰 근심을 덜 수 있습니다.
파라바이오틱스의 단점
파라바이오틱스는 분명 큰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습니다.
1) 균 대사물
효과의 부재
생균을 섭취할 경우 장내에서 증식하여 대사물을 생성할 수
있습니다.
만약 균체보다 그들이 내놓은 대사물이 더 유익한 미생물의 경우
파라바이오틱스로서 섭취하면 그 대사물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습니다.
2)
제품 내 장 건강 기능성 표기 불가
식약처에서는 건강기능식품 제품에서 장
건강으로 표기할 수 있는 프로바이오틱스의 기준을 18종의 유산균과 하루 섭취량
1~100억 마리의 생균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균의 경우 그러한 기준이
부재하기 때문에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개별인정형 허가를 받아야만 기능성을 표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식약처 입장에서 죽은 균의 유익한
효과를 일반화할 수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러므로 생산자 입장에서는
개별인정형을 취득하지 않는 한 사균만을 주성분으로 해서는 우리나라에서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할 수 없습니다.
메타바이오틱스(Metabiotics): 유익균의 대사물
앞서 파라바이오틱스의 단점에서 언급했듯이 사균은 그 균의 유익한 대사물을
포함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습니다.
파라바이오틱스가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의
균체에만 초점을 맞췄다면, ‘메타바이오틱스’는 반대로 프로바이오틱스 미생물의 대사 산물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균을 배양하여 균체는 걸러내고 배양액의 성분만
사용하는 것입니다.
이 대사물은 균의 종류와 배양 조건에 따라 다양한 종류의
성분을 포함할 수 있습니다.
균이 생성할 수 있는 유익한 성분은 단쇄지방산(Short
chain fatty acids), 항균 물질(Bacteriocins), 균체 유래 단백질, 다당체, 비타민
등이 있습니다.
메타바이오틱스도 파라바이오틱스와 마찬가지로 프로바이오틱스의
안전성/안정성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울 수 있으나, 균체가 갖는 효능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포스트바이오틱스(Postbiotics): 죽은 유익균 or 유익균의 대사물
‘포스트바이오틱스’는 미생물이 생성한 모든 유래 물질을 지칭하는 말이입니다.
그
‘유래 물질’에는 사균체, 대사물, 균체를 파쇄시켜 나온 세포 내용물이나 세포막
물질 등이 모두 해당됩니다.
따라서 앞서 소개한 파라바이오틱스(사균)와
메타바이오틱스(대사물)는 모두 포스트바이오틱스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한번
쉽게 표현하자면,
살아 있지 않은 상태의 미생물 관련 성분은 모두 포스트바이오틱스인 것입니다.
예전에는 균체나 대사물을 부원료로 포함하거나 아예 넣지 않고서도
포스트바이오틱스라는 이름을 단 건강기능식품 제품들이 우후죽순 나왔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식약처의 규제로 건강기능식품으로서 포스트바이오틱스라는 표현을
쓰기 위해서는 식약처에 허가를 받은 균체 유래 성분을 주원료로서 포함해야만
합니다.
만약 허가 받은 균체 유래 성분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포스트바이오틱스라고
쓰여 있는 제품이라면 건강기능식품이 아니라 ‘기타 가공품’이라는 점을 유의해야
합니다.
이는 앞서 파라바이오틱스에서와 마찬가지로 포스트바이오틱스의 일반적인
효능이 프로바이오틱스처럼 공식적으로 입증되진 않았기 때문이죠.
기타 가공품으로
판매되는 제품들에 대해서는 아래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식약처에서 고시해 놓은 프로바이오틱스와 프리바이오틱스의 규격 기준 외의 나머지
모든 ~바이오틱스는 인체적용시험을 통해 개별인정형 허가를 받아야만
건강기능식품의 주원료로 판매가 가능합니다. 따라서 그러한 함정을 이해하고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렇게 각종 바이오틱스에 대해
알아보았고, 이들의 관계를 간단히 요약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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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바이오틱스 = 프로바이오틱스(살아있는 유익균) + 프리바이오틱스(유익균 먹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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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바이오틱스 = 균체 유래 성분 = 파라바이오틱스(죽은 유익균) and/or
메타바이오틱스(유익균의 대사물)
참고 문헌
[1] Aguilar-Toalá et al. (2018) Postbiotics: An evolving term within the functional foods field. Trends Food Sci. Technol.; 75[2] Karime et al. (2022) Lactobacillus rhamnosus sepsis, endocarditis and septic emboli in a patient with ulcerative colitis taking probiotics. BMJ Case Rep.; 15
[3] Kochan et al. (2011) Lactobacillus rhamnosus administration causes sepsis in a cardiosurgical patient—is the time right to revise probiotic safety guidelines? Clin Microbiol Infect.; 17
[4] Schrezenmeir and de Vrese (2001) Probiotics, prebiotics, and synbiotics—approaching a definition. Am. J. Clin. Nutr.; 73